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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이윤혜 옮김 2008.09.18 평점
모르는 사람이 보면 또 웃겠지. 제목 좀 보라고. 개 키우는 게 무슨 상전 모시는 거냐고. 사람도 스트레스 받고 사는데 개가 스트레스 받는 게 대수냐고. 실은 나도 제목에 대해서는 약간의 거부감을 느꼈다. 개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보다 덜 중요해서가 아니라, 사람의 아이이든 개의 자식이든 과잉애정 과잉보호의 느낌이 묻어나는 서적들은 진짜 사양하고 싶으니까. 그런데 '혹시나 우리 애들이 스트레스를......' 받는 게 있는지 없는지, 난 애들한테 할만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'혹시나 내가 모를 스트레스가......' 애들한테 있을까봐 빌려보게 되었다. 눈빛만 봐도 다 아는 멍멍이들과의 나날이지만 그래도 혹시나......
훈련사 양성학교 교장, 전견종 훈련센터 책임자 등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이 쓴 책이라, 근래에 읽어온(그리고 유행처럼 번진) 책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. 개가 인간보다 더 깊은 감정을 갖고 있다거나, 개에게도 영혼이 있어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쓰여진 책들은, 각각의 개들이 사람만큼이나 성격과 특성이 다양하다는 걸 보여준다. 그러나 이 책은 어디까지나 개의 행동 수정과 훈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쓴 책이니, 개를 바라보는 시각도 딱 그 정도의 눈높이였다. A라는 행동을 할 때는 개가 불안한 것, B라는 행동을 할 때는 개가 따분한 것, 등.
그런데. 인간보다 엄청나게 강하고 엄청나게 큰 존재가 인간을 사육하게 되었다고 상상해보자. 우리는 그들의 반려동물이 되었다. 그들은 우리를 잘 길러 보겠다고 책을 쓰고 읽는다. 인간이란 종이 손톱을 물어뜯을 때는 불안한 것, 하품을 할 때는 따분한 것. 얼핏 맞는 이야기이지만 그 행동 아래에 흐르는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기에 이러한 단답식 답안은 큰 무리가 아닐까? 나와 네가 같은 인간이지만 다른 인간인 것처럼 우리 집 살구와 백설이는 같은 개이지만 다른 개인데. 과연 이 책의 몇 안 되는 내용 습득만으로 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게 되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.
그래도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고 (내가 걸러서 읽으면 되니까) 위안을 삼으며, 몇 가지를 기억해 두었다. 산책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고(규칙적으로 나가는 버릇을 붙이다가 안 나가면 매우 스트레스 받는다는군), 놀아주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고(규칙적으로 놀아주지 않으면 매우 스트레스 받는다나). 개의 사육 환경, 주인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지만,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제시하는 것은 '올바른 주종관계의 확립'이었다. 우리 개와 나 사이를 그리 정의하려 하다니 개와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에게는 듣기에 따라서 거북할 수 있는데, '개는 주인에게 복종할 때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행복을 느낀다'는 걸 명심하라는군.
우리집 애들이랑 말이 안 통해 답답한 경우는 거의 없다. 치즈처럼... 아플 때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할지 의견을 듣지 못해 마음 아픈 경우는 있어도 평소라면 별 무리 없이 지낸다. 우리 애들이 소형견이고 사람에게 우호적이며 말썽도 잘 안 부리기 때문에 행동 수정의 필요를 못 느껴 이런 책의 중요성을 내가 모르는 거겠지. 하지만 천방지축으로 자란 개, 걷잡을 수 없이 말썽을 부리는 대형견이라면 이 책을 쓰신 분 같은 전문가가 진정 나서야 할 듯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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